[특집 기획 / 하편] 안전한 시골길을 위하여: 비난보다 '발'이 되어줄 실질적인 대책들
앞선 글([상편])에서 우리는 시골 어르신들이 신체적 부담과 불안감을 안고도 왜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지, 그리고 현재의 면허 반납 제도가 농어촌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짚어보았습니다.
도로 위의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기에 고령 운전자 사고 대책은 시급합니다. 하지만 "나이 들었으니 운전하지 마라"는 식의 무조건적인 비난과 압박은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비난의 시선을 거두고, 어르신들이 안심하고 운전대를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발'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100원 택시와 수요응답형 버스, 시골 맞춤형 '발'이 필요하다
시골 어르신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교통망이 아닙니다. 내가 필요할 때 읍내 병원에 가고, 장을 보고, 다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최소한의 이동 수단입니다.
이미 몇몇 지자체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100원 택시(행복택시)'가 좋은 예입니다.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 마을 주민들이 단돈 100원(혹은 버스 기본요금)만 내면 읍내까지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나머지 차액은 지자체가 보전해 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이용해 본 어르신들은 "자식들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병원에 다닐 수 있어 살 것 같다"고 입을 모읍니다.
여기에 더해, 정해진 노선 없이 승객이 부르면 달려오는 '수요응답형 버스(DRT)'나, 마을 공동체 차원에서 장날이나 병원 진료 시간에 맞춰 운영하는 '마을 공동 셔틀버스' 등의 제도가 시골 구석구석까지 촘촘하게 뻗어 나가야 합니다. 교통 복지 예산을 확충하여 이러한 대체 이동 수단을 완벽하게 구축해 준다면, 어르신들은 굳이 떨리는 손으로 운전대를 잡지 않을 것입니다.
기술과 제도가 만드는 '안전한 은퇴 운전' 환경
대체 교통수단 마련과 동시에, 어르신들이 운전대를 잡는 동안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보완도 시급합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PMSA)나 비상 자동 제동 장치(AEBS) 같은 첨단 안전장치 부착을 고령 운전자 차량에 한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운전을 하려면 장치를 달아야 한다"는 의무화 정책과 함께 설치 비용을 지원한다면,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서의 대형 사고를 기술적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건부 면허 제도(야간 운전 제한, 고속도로 운전 제한, 최고 속도 제한 등)를 보다 세분화하고 실효성 있게 도입하여, 어르신들이 자신이 잘 아는 익숙한 시골길 안에서만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완충 지대를 만들어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비극이 되기 전에, 우리 공동체가 준비해야 할 미래
나이가 들면서 시력과 청력이 흐려지고,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입니다. 지금 운전대를 잡고 고집을 부리는 듯 보이는 시골의 어르신들은, 과거 우리 마을의 농번기를 책임지고 자식들을 도시로 보내 공부시켰던 우리의 부모님이자 바로 우리 자신의 미래입니다.
어르신들 스스로도 "내가 언제까지 운전할 수 있을까" 늘 불안해하십니다. 다만 두려운 것입니다. 운전대를 놓는 순간, 내 삶의 반경이 이 작은 방 한 칸으로 좁아지고 세상으로부터 영영 고립될까 봐 두려운 것입니다.
안전한 시골길을 만드는 일은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우리 마을 공동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웃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고, 장 보러 갈 때 옆집 어르신의 짐을 함께 실어다 주는 작은 연대에서 시작됩니다.
"위험하니 운전대를 뺏자"가 아니라, "운전대를 놓으셔도 우리가 함께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라는 안심을 줄 수 있는 사회. 그것이 비극적인 사고를 막고, 평화로운 전원생활의 풍경을 지켜내는 가장 따뜻하고 확실한 대안일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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