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획 / 상편] 읍내 병원 가려면 한 시간... 시골 어르신들의 서글픈 질주와 면허 반납의 역설

 [특집 기획 / 상편] 읍내 병원 가려면 한 시간... 시골 어르신들의 서글픈 질주와 면허 반납의 역설

최근 뉴스를 장식하는 안타까운 고령 운전자 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에 대한 슬픔과 분노, 그리고 뒤이어 터져 나오는 고령 운전자를 향한 사회적 비난의 목소리들을 보며 참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실제, 노인들이 살아가는 시골 마을로 시선을 돌리면 그 뉴스는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옵니다. 도시의 시각에서는 '위험한 고집'으로 보일지 모를 어르신들의 운전대가, 이곳에서는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서글픈 생존의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세 번, 그마저도 놓치면 고립되는 마을

전원에서는 계절의 변화가 아름답게 펼쳐지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지독한 '교통의 단절'이 숨어 있습니다. 마을 앞 버스 정류장에 붙은 시간표를 보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하루에 버스가 들어오는 횟수는 고작 두세 번. 그마저도 읍내 병원 진료 시간에 맞추려면 새벽같이 서둘러야 하거나, 볼일을 다 보고도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읍내 한복판에서 몇 시간을 허비해야 합니다.

만약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거나, 몸이 유독 아픈 날 그 버스를 놓치기라도 한다면? 그날로 이 조용한 시골 마을은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섬이 되어버립니다.

"김 영감, 오늘도 운전해? 다리도 불편한 사람이..." "안 하면 우째. 고개 너머 약국이라도 가려면 이거라도 끌고 나가야지."

마을 어귀에서 만난 이웃 어르신은 오늘도 낡은 소형차의 운전석에 힘겹게 몸을 구겨 넣으십니다. 허리가 굽고 무릎 연골이 다 닳아 지팡이 없이는 마당 한 바퀴 돌기도 힘든 분이십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걸음마저 힘겨운 어르신이 운전석에 앉아 페달을 밟을 때만큼은 시속 60km로 달리는 '자유'를 얻습니다. 아니, 자유라기보다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 먹을 약을 지을 수도, 쌀 한 포대를 사 올 수도 없는 처절한 현실입니다.

시골에서 자동차는 유일한 생명선입니다. 자녀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버지, 이제 위험하니까 운전대 놓으세요"라고 간곡히 만류하고, 어르신들도 예전 같지 않은 순발력에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고백하십니다. 하지만 자식들의 권유에 어르신들은 씁쓸하게 반문하십니다. "그러면 내가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병원을 가고 밥을 먹냐."

'지역화폐 10만 원'이라는 도시 중심적 대책의 허점

정부와 지자체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령 운전자 사고가 늘어나자 자발적으로 면허증을 반납하면 10만 원에서 20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나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시골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너무나 공허한 메아리가 됩니다.

도시에서는 지하철과 버스, 택시가 사방에 널려 있으니 지갑 속 면허증을 카드 한 장과 맞바꾸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버스가 세 번 오는 시골에서 10만 원짜리 교통카드는 무용지물에 가깝습니다. 당장 읍내 병원에 한 번 가려면 왕복 택시비만 몇 만 원이 깨지는 현실에서, 그깟 카드 한 장 받자고 내 발이 되어주던 자동차를 처분할 어르신은 아무도 없습니다.

결국 지금의 면허 반납 제도는 시골 어르신들에게 "돈 몇 푼 줄 테니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고립되어 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는, 지독히도 도시 중심적인 행정 편의주의일 뿐입니다.

'면허 반납' 이전에 '이동할 권리'가 먼저다

도로 위의 안전은 그 어떤 이유로도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신체적 한계와 그로 인한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고령 운전자들을 향해 "왜 무모하게 운전대를 놓지 않느냐"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왜 그 무서운 운전대를 차마 놓지 못하고 서글픈 질주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지 그 삶의 애환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어르신들의 운전대를 무작정 빼앗는 것에서 시작하는 대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운전대를 놓아도 내 삶이 무너지지 않고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안심', 즉 '이동할 권리'가 먼저 보장되어야 합니다.



다음 글([하편])에서는 고령 운전자를 향한 비난의 시선을 거두고, 시골 마을의 안전과 어르신들의 발을 동시에 지켜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과 우리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이어지는 연재 예고]

  • [특집 기획 / 하편] 안전한 시골길을 위하여: 비난보다 '발'이 되어줄 실절적인 대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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