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과 귀촌을 준비하는 많은 분들은 농사 기술부터 배웁니다. 어떤 작물이 잘 자라는지, 비닐하우스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병충해는 어떻게 예방하는지 공부합니다. 그런데 정작 많은 분들이 놓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람과 함께 일하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했던 농사도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집니다. 하우스를 늘리고, 재배 면적을 넓히다 보면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동네 지인을 부르거나, 귀농한 이웃에게 일을 부탁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다음 달에 드릴게요."
귀농한 지 3년째 되는 A씨는 시설하우스를 두 동까지 늘렸습니다. 농번기에는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에게 일을 부탁했습니다.
"월급은 한 달에 한 번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수확량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격도 폭락했습니다. 수익이 거의 없었습니다. 결국 약속했던 날짜에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이해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는 급속히 나빠졌습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농사가 안 되면 저도 먹고 살아야 합니다."
결국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귀농 후 시간적 여유가 생긴 B씨.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인근 농가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우스 관리만 도와주시면 됩니다."
"월급은 매달 말일에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두 달이 지나도 임금은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농장 주인은 말했습니다.
"이번 농사가 끝나면 한꺼번에 드릴게요."
결국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분쟁은 근로계약서 한 장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동네 사람인데 무슨 계약서까지 씁니까."
하지만 가장 많이 다투는 사람들도 바로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근로계약서는 사람을 믿지 못해서 작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약속입니다. 사업주는 자신의 의무를 분명히 할 수 있고, 근로자는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서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내용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근로시간
원칙적으로
- 1일 8시간
- 1주 40시간 이내
로 정해야 합니다.
연장근로가 있다면 별도의 기준과 수당도 함께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② 임금
임금은 반드시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 시급
- 일급
- 월급
- 지급일
- 지급방법
등을 명확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또한 2026년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10,320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보다 낮게 약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③ 휴일
근로자에게는 법에서 정한 휴일을 보장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1주 동안 소정의 근로일을 모두 채운 경우 주휴일이 발생합니다.
④ 연차휴가
1년 이상 계속 근무하고 출근율 등 법정 요건을 충족하면 일반적으로 15일의 연차유급휴가가 발생합니다.
절대로 넣으면 안 되는 계약 내용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고 해서 무엇이든 적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
✔ 퇴직금을 받지 않겠다는 약정
✔ 무조건 연장근로를 시키는 조항
✔ 과도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약정
✔ 포괄임금제를 법 취지와 다르게 사용하는 계약
이러한 조항은 효력이 인정되지 않거나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표준근로계약서는 어디에서 받을 수 있을까요?
가장 안전한 방법은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하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서식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표준근로계약서
- 기간제 근로자 표준근로계약서
- 단시간 근로자 표준근로계약서
- 외국인 근로자 계약서 등 다양한 서식
다운로드 방법
- 고용노동부 공식 홈페이지 에 접속합니다.
- 상단 검색창에서 "표준근로계약서"를 검색합니다.
- "정책자료" 또는 "서식자료"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계약서를 선택합니다.
- 한글(HWP) 또는 PDF 형식으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원생활에서 사람을 쓰는 일도 농사의 일부입니다
농사를 시작하면 씨앗을 준비하고, 비료를 준비하고, 농기계를 점검합니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 일하게 된다면 근로계약서도 반드시 준비해야 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복입니다. 그러나 좋은 관계도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때 서로를 지켜주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전원생활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지만, 동시에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기도 합니다.
근로계약서는 사람을 의심하기 위한 종이가 아닙니다. 서로의 권리와 책임을 분명히 하여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약속입니다. 귀농과 귀촌의 성공은 좋은 땅과 좋은 작물에서만 시작되지 않습니다.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문서로 남기는 작은 습관에서 시작됩니다.


